[재생에너지로 물품 짓는 사람들] 좋은 에너지로 생산지의 미래를 설계하다 : 농업회사법인여주한살림

좋은 원료로 안전한 먹거리를 만드는 것만큼이나, 안전한 태양광으로 생산에 꼭 필요한 전기를 생산하는 일도 중요합니다. 재생에너지를 통해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에 동참하는 (주)농업회사법인여주한살림의 이야기를 읽어보세요.

기후위기가 일상이 된 시대, 물품을 어떻게 생산할 것인가는 중요한 과제가 되었습니다. 변화는 거창한 선언보다 생산 현장의 작은 실천에서 시작되기도 합니다. 「재생에너지로 물품 짓는 사람들」에서는 생산 과정에 재생에너지를 활용하며 변화를 만들어가는 생산자들의 고민과 실천을 꾸준히 소개합니다.

곽현용 (주)농업회사법인여주한살림 대표

“유휴공간을 활용하는 태양광이라면 반갑죠”

여주는 한살림 조합원들에게 땅콩과 고구마 산지로 잘 알려진 곳이다. 수확철을 맞은 요즘, 산지의 생생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주)농업회사법인여주한살림을 찾았다.

한살림햇빛발전협동조합의 11호 발전소가 들어선 배경에 대해 곽현용 대표는 반가운 마음으로 태양광 발전사업을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한살림햇빛발전이 추구하는 가치와 농업을 중심에 두고 나아가는 (주)농업회사법인여주한살림의 방향이 서로 맞닿아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생산·가공시설의 지붕처럼 평소 활용하지 않던 공간을 태양광발전에 이용한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한살림햇빛발전의 제안으로 지붕 태양광을 설치한 뒤에는 법인에서 사용하는 전력의 일부를 직접 생산하는 자가발전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

“유휴공간으로 남아 있는 지붕을 활용하는 일이니 고민할 게 없었어요. 오히려 반갑고 고마운 일이었습니다.”

한살림햇빛발전협동조합 햇빛발전소 11호 (주)농업회사법인여주한살림

기후위기 시대, 농업에 필요한 에너지도 달라져야

여름의 기록적인 폭염, 봄-가을의 깊은 가뭄에 생산지 여주는 어땠을까.

염려한 대로 기후위기는 농업 현장의 일상을 바꾸고 있다. 올해도 폭염과 가뭄으로 농작물의 생육과 수확을 걱정해야 했다.

“올해는 기후위기로 걱정이 많아요. 땅콩은 알이 차야 할 시기에 비가 오지 않아 알차게 여물지 못했고, 고구마도 작황을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가뭄에 대비한 농업용수 확보부터 겨울철 육묘와 보온조치까지, 농업에 필요한 에너지를 어떻게 공급할 것인지가 중요한 과제다. 필요한 전력을 재생에너지로 생산하고 활용할 수 있다면 농가의 부담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농기계의 전기화도 주목하고 있는 주제다.

“농기계도 작은 것부터 전기화해 볼 수 있습니다. 관리기와 예초기, 비료·약재 살포기 등에 전기를 활용하면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생산자가 매연에 노출되는 일을 줄일 수 있어 건강에도 도움이 됩니다.

소형 농기계를 전기화하고, 그 전기를 재생에너지로 충전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간다면 생산자의 건강과 탄소중립이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모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배터리 사용 시간과 내구성 등 현장에서 실제로 활용하기 위해 확인해야 할 과제들도 있다. 모든 장비를 한꺼번에 바꾸기보다, 적용할 수 있는 장비부터 하나씩 시험해 보며 가능성을 찾아가자고 제안했다.

혹서와 가뭄을 이기고 자란 고마운 물품

태양광으로 생산지의 미래를 설계하다

태양광발전은 전기를 생산하는 데 그치지 않고 농업에 필요한 시설과 결합할 수도 있다. 태양광 구조물을 차광이나 스프링클러 등 농업에 필요한 설비의 기반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태양광 구조물을 전기를 생산하는 데만 쓰지 않고, 차광이나 스프링클러 같은 농업 시설의 기반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작물마다 필요한 햇빛의 양이 달라 농업 생산성을 먼저 살펴야 합니다. 결국 각 작물에 맞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발전량과 농업 생산성을 함께 살펴보는 시범사업이 필요하다. 작물별 생육 조건과 시설의 특성을 고려해 다양한 방식을 시험하고, 그 결과를 다른 생산지와 공유한다면 현장에 맞는 활용 모델을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재생에너지 사업에 관심이 있어도 생산자가 직접 발전시설에 투자하기란 쉽지 않다. 초기 투자비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한살림햇빛발전이 발전시설을 마련하고 생산자는 농업을 이어가면서 일정한 수익을 얻는 방식도 검토해 볼 만하다고 제안했다.

특히 은퇴 이후를 준비하는 생산자에게 태양광 발전사업은 새로운 소득원이 될 가능성도 있다.

“60대 생산자들에게는 은퇴를 설계하는 과정에서 은퇴 이후에도 일정한 수입을 얻을 수 있는 방법으로 접근해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 곳에서라도 먼저 해보면 좋겠습니다. 생산지마다 여건이 달라서 모든 곳에 같은 모델을 적용할 수는 없어요. 어떤 곳은 지붕 태양광이 적합하고, 다른 곳은 농업용수 시설이나 소형 농기계의 전기화가 더 필요할 수 있습니다.”

경험이 풍부한 한살림햇빛발전이 계통연계 가능성을 먼저 확인하고, 각 생산지에 맞는 사업을 구체적으로 제안하는 역할을 해주기를 당부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먼저 가능성을 보여주는 일이다.

“누군가가 먼저 하는 게 중요합니다. ‘아, 저게 가능하구나. 저런 기대이익을 얻을 수 있구나’라는 인식이 생기면 참여할 수 있는 조건도 만들어지리라 생각합니다.”

한 곳에서라도 시범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한다면 다른 생산지에도 좋은 참고 사례가 될 수 있고 참여할 가능성도 커질 것이다.

육묘를 위해 직접 설계 제작한 비닐하우스

농업과 에너지 전환을 잇는 실현 가능한 모델을 향해

곽현용 대표가 바라는 것은 생산자들이 현장에서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사업모델이다.

“농업과 에너지 전환은 따로 떨어진 일이 아닙니다. 한살림햇빛발전협동조합이 생산자와 함께 현장의 어려움을 살피고, 작은 시범사업부터 시작해 그 성과를 나눈다면 새로운 가능성도 넓어질 것입니다.”

기후위기 속에서 농업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생산방식뿐 아니라 에너지를 생산하고 사용하는 방식도 함께 바뀌어야 한다. 그 변화가 생산자에게 새로운 부담이 아니라 실질적인 도움이 되려면, 각 생산지의 여건을 살핀 구체적인 실천과 경험이 필요하다.

생산자들이 “아, 저렇게 하면 가능하구나” 믿음을 갖게 되는 것. 농업과 에너지 전환이 만나는 새로운 길은 바로 그 경험에서 시작될 수 있다.